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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2살 저스틴 비버 발굴한 미 연예계 큰손… 그는 왜 '하이브'의 이사가 됐을까

by 7 investment 2021.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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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브라운. Bryce Duffy

“방탄소년단이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지난 3일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구 빅히트)가 미국의 대형 음악 레이블 ‘이타카 홀딩스’를 약 1조원에 인수했다는 기사들의 헤드라인입니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한국 기획사들의 인수 합병(M&A)을 떠올린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영미권 가수들은 음반 계약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따로 맺고, 여러 레이블에 동시에 소속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인데요. 사실 합병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헤드라인을 이렇게 바꿔야 합니다.

“그란데와 비버의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이 설립한 회사를 하이브가 인수했다.”

기라성같은 팝스타들의 매니저, 이타카 홀딩스를 설립한 81년생 젊은 사업가, 2013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 356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스쿠터 브라운(40)이 이번 인수합병으로 하이브 이사회에 합류합니다. 그는 하이브의 미래 전략을 이해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방탄소년단. 하이브 제공

■팝스타들의 절친 겸 매니저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제이 발빈, 댄 앤 셰이… 브라운이 설립한 매니지먼트 회사 ‘SB 프로젝트’와 계약한 가수들입니다. 모두 2021년 현재 빌보드 차트 1~2위를 오르내리는 아티스트들이죠. SB 프로젝트는 작곡가들과 가수들을 연결해주거나, 광고나 방송 출연을 주선하거나, 각종 퍼블리싱 업무를 담당하는 등 다방면의 활동을 합니다. 최근 하이브가 인수한 ‘이타카 홀딩스’는 이 모든 활동을 하나로 종합하는 지주 회사입니다.

이런 식의 사업이 가능할 수 있었던건, 전적으로 미국 엔터 업계에서 브라운이 다진 입지때문입니다. 20살에 루다 크리스, 에미넴 등 힙합 뮤지션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유튜브에서 당시 12살이었던 저스틴 비버를 처음 발굴한 인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후엔 방송과 영화 제작 사업에도 진출합니다. 그가 제작한 비버의 다큐멘터리 <네버 세이 네버>(2011)는 1300만달러(146억원)의 예산으로 10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며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죠.

2017년 6월4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 크리켓 경기장에서 미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원 러브 맨체스터’(One Love Manchester)‘ 자선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은 지난 5월 22일 아리아나 그란데의 맨체스커 공연 중 발생한 폭탄테러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을 돕기 위해 열렸다. 브라운은 저스틴 비버, 케이티 페리, 어셔, 블랙아이드피스 등 세계적인 팝 가수들의 섭외를 맡았다. AP 연합뉴스

연예기획자로서 브라운의 무기는 팝스타들과의 친분입니다. 2017년 그란데의 영국 맨체스터 공연 도중 7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폭탄테러가 발생합니다. 충격에 빠진 그란데는 예정된 투어 일정을 취소했으나, 2주만에 자선추모공연 ‘원러브 포 맨체스터’를 열기로 합니다. 이때 그란데가 ‘공연을 해야겠다’고 전화한 인물이 브라운입니다. 그리고 그는 불과 24시간 만에 콜드플레이부터 케이티페리같은 팝스타들의 출연을 성사시키죠. 브라운은 카니예 웨스트의 ‘절친’으로도 알려져있는데, 이로 인해 웨스트와 오랜 갈등 관계에 있던 테일러 스위프트와 과거 앨범의 판권 문제로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국팬들에게는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글로벌 유행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유명합니다. 2012년 7월11일 공개 직후 하루 최대 6000건을 찍고 하락 추세를 보이던 강남스타일의 트위터 언급량은 약 보름 뒤인 8월1일 1만2586만건으로 증가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이 친구와 계약을 안했을수가 있지?”라는 브라운의 트윗이 계기였습니다. 브라운의 트위터 팔로워는 370만명. 싸이는 이후 브라운과 정식 계약을 맺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되죠.

“업계 흐름에 가장 빨리 반응하는 사람.” 빌보드가 2017년 브라운을 다룬 특집기사에서 ‘퍼스트 리스펀더(first responder)’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때문입니다. 그는 음악시장 트렌드에 빨리 반응할 뿐 아니라,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새로운 기획을 만들어내는데도 능합니다. 팝스타 드레이크와 함께 허리케인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구호활동에 나서고, 배우 조지 클루니와 함께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우리를 위한 행진’ 홍보에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브라운의 트윗은 강남스타일의 전세계적 유행의 발단이 됐다.

 

■스쿠터가 하이브와 손잡은 까닭은

이타카 홀딩스는 2010년 우버, 스포티파이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1억2000달러 규모의 벤쳐 캐피탈 펀드를 조성합니다. 2017년엔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투자를 받아 회사 규모를 키웠고, 2019년엔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 소속사인 ‘빅머신 레이블’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갔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공연 수익 급갑의 여파인지, 최근엔 브라운이 회사 매각을 원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합병 한달전쯤엔 틱톡 전 CEO 케빈 메이어에게 매각을 시도했다 결렬됐다는 빌보드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미국 시장 진출에 야심을 보여온 하이브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앞서 하이브는 유니버셜뮤직그룹과 함께 글로벌 오디션을 진행해 보이그룹을 런칭하고, 유니버셜 소속 아티스트를 자사 팬플랫폼인 ‘위버스’에 입점시킨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이브는 이타카 홀딩스 인수, 그리고 미국 엔터업계 ‘내부자’인 브라운의 영입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미국 활동을 위한 단단한 교두보를 놓은 셈이죠.

김도헌 대중음악웹진 ‘이즘’ 편집장은 “미국 시장 확장을 원하는 하이브와 안정적 모기업을 찾고 싶었던 브라운의 이해가 잘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하이브의 이번 인수는 단순히 이타카 홀딩스 소속 아티스트를 영입했다는 차원을 넘어, 미국 아티스트들과 훨씬 다양하게 협업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고된대로 위버스와 네이버 브이라이브와의 통합이 연내 이루어지고, 여기에 비버와 그란데같은 팝스타들까지 입접한다면 시너지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 이번 합병은 연습생 발탁부터 훈련, 데뷔로 이어지는 ‘K팝 육성 시스템’이 미국 엔터 업계의 중심으로 역수출됐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브라운은 합병 소식을 전하며 “이번 파트너십은 미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에게 하이브의 혁신적인 시스템과 큐레이션 역량이 적용되는 시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는 “한국은 글로벌 시장(2017년)보다 훨씬 앞선 2011년부터 스트리밍이 보편화됐을 정도로 음악산업 변화가 빨랐다. K팝 시스템은 그 변화 과정 속에서 나온 산물”이라며 “브라운의 멘트를 보면 K팝 시스템을 하나의 모범으로 보고 미국의 메인스트림 시장에 역으로 도입하려는 구상이 엿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또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도 “엔터업계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은 경우는 있었어도 사업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061645001&code=960100#csidx75d4ccdd3b2b505b6d7199b959565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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