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가상화폐 뛰어든 테크기업들, 통제 받지않는 ‘금융 권력’ 꿈꾼다

by 7 investment 2021. 3. 3.
반응형

민간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 제조 업체 ‘테슬라’를 성공시키며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가 요즘 새로 몰두한 ‘신사업'이 있다. 바로 비트코인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트위터 계정 소개란에 대뜸 ‘비트코인’이라는 해시태크(#)를 달더니, 지난 8일엔 테슬라의 현금 자산 15억달러(약 1조6600억원)로 대량의 비트코인을 사들였고, 뒤이어 “테슬라 차량 결제에 비트코인을 쓰겠다”고 해 비트코인 열풍에 가세했다.

“비트코인은 사기”라던 대형 기관 투자자들도 표변(豹變)했다. 미국 최고(最古) 은행인 뉴욕멜런은행(BNY멜런)과 글로벌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가 각각 비트코인 자산 관리와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 투자를 선언했다.

심지어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시(市)정부가 비트코인으로 세금 납부와 급여 지급을 인정하겠다고 나서며 정부 기관까지 비트코인 시장에 진입했다.

비트코인의 위상이 아무리 높아졌다 해도 그 기본 속성은 달라진 것이 없다.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크고, 결제 창구 역시 제한적이다. 투자자 보호 장치 역시 전무하다. 그런데도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 인사가 비트코인 옹호에 나서고,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Mint가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통제받지 않는 금융” 꿈꾼다
비트코인 투자를 옹호하는 주된 논리는 인플레이션 헤지<키워드>다. 초저금리의 돈이 넘쳐나면서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달러 대신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테크 기업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는 데는 더 큰 그림이 있다는 것이 가상 화폐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머스크는 (시세 등락과 상관없이)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면서 가상 화폐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관심이 커 보인다”고 했다. 가상 화폐를 이용, 국가 권력의 통제에서 벗어난 민간 중심의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다. 박 센터장은 “화성 식민지 개발을 꿈꾸는 머스크가 화성에서 달러를 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필요하다면 ‘화성코인(MarsCoin)’을 발행할 것”이라는 글을 남기며 자체 가상 화폐 개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 통제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금융 시스템이란 발상은 테크 업계에서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9년부터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키워드) 리브라의 발행과 유통을 추진해왔다. 전 세계 28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를 기반으로 독자적 금융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미국 정부와 의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일제히 반대 의견을 내고, G7(주요 7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도 반발하고 나서며 좌절됐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리브라의 이름을 ‘디엠(Diem)’으로 바꾸고, 각국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가상 화폐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로 탈(脫)중앙화된 가상 화폐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독점해온 화폐 발권력을 (국가 권력에서) ‘독립’시킨다”면서 “핀테크 산업에서 보듯 금융과 산업의 분리 경계가 점점 옅어지는 추세 속에, 금융 권력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가상 화폐에 집중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안정성 낮다” 기관도 간접 투자

미국 증시 상장사 중 비트코인에 투자한 기업은 테슬라 외에 핀테크 업체 스퀘어와 클라우드 기반 경영 정보 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이 있다. 스퀘어는 24일 1억7000만달러(1883억원)를 추가 투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마냥 가상 화폐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전자 결제 업체 페이팔은 지난해 10월 가상 화폐 결제 시스템 도입을 발표하며 비트코인 급등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최근 “현금으로 가상 화폐에 투자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자산뿐만 아니라 화폐로도 여전히 불안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태도 변화 역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 상승이 아닌, 활황(活況)을 이용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투자신탁’ 같은 간접 투자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전망 역시 조심스럽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가격변동성이 약화하지 않으면 비트코인의 현 가격(5만달러대) 수준은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시장의 불안정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의 하루 평균 변동 폭은 5.2%, 연평균으로 따져 80%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더 많은 기관 투자자가 진입해야 비트코인 시장이 안정화할 수 있다”고 했다. 2월 기준 비트코인 총유통량에서 기관투자자가 차지하는 보유량은 약 3% 수준으로, 미국 증시 거래량의 기관 투자자 비율(약 80%)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머스크도 20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돌파하자 돌연 “비트코인의 가격이 높은 것 같다”는 트윗 댓글을 남겼다.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ary hedge)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에 따른 자산 손실을 피하려 현금·예금 대신 주식·토지·건물·상품 등을 구입하는 투자 전략.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가상화폐 특유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정화폐나 금 또는 원유 같은 실물자산 가격과 연동시킨 가상화폐. 은행에 달러를 예치한 뒤 1달러당 1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의 테더(USDT) 코인이 대표적이다.

출처: 조선일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