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경제

"퇴사 후 전문자격증 준비해요"… MZ가 시험에 뛰어든 이유

by 7 investment 2023. 4. 25.
반응형

기업 인사팀에서 8년 동안 일했던 박지혜(32) 씨. 박 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에 비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업무는 많아지는데 그에 비해 급여가 높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특히 같은 인사팀 업무를 하는데도 어느 업계에 있느냐에 따라 연봉은 천차만별이었고요. 제가 들인 노력에 비해 합당한 소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격차가 커지는 것이 눈에 보여서 전문성을 갖추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공인노무사 자격시험 준비 박지혜씨)

■ '역대 최다'…매년 늘어나는 전문직 시험 응시자

전문직은 늘 인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문직을 선호하는 추세는 더 뚜렷합니다.

지난해 공인노무사 1차 시험 응시자는 8261명으로 5년 전인 2018년(4744명)과 비교해 약 74%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세무사 시험 응시자는 1만 438명에서 1만 4728명으로 약 41% 증가했습니다.

올해 회계사 1차 시험에 응시한 사람도 1만 5940명으로 2018년(9916명)에 비해 약 61% 늘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는 올해 1만 462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죠.

지난 2020년 3월 치러진 공인회계사(CPA) 1차시험장. 〈사진=연합뉴스〉


응시자의 대부분이 20~30대인 점을 고려하면 젊은 층 사이에서 전문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는 겁니다.

특히 최근엔 박 씨처럼 회사에 다니다가 퇴사한 뒤 전문직을 준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 '안정적인 직장'은 옛말…'안정적인 직업'의 시대

과거엔 '안정적 직장'하면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꽤 괜찮은 보수를 받을 수 있거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직장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요즘은 조직의 안정성보다 '직업 자체의 안정성'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지현(30) 씨는 “이전에 공공기관에서 일하긴 했지만, 계약직이어서 불안함이 있었다”며 “다른 곳으로 이직한다고 해도 수입 면에서도 크게 좋아질 것 같지 않아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에서 일하면서 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인 A 씨(33)는 “요즘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받는 걸 보면 은행도 앞으로 근속연수가 길 것 같지 않다”며 “그런 걸 보면서 대체되지 않는 전문성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로스쿨을 다니고 있는 김모 씨(35)도 “나이가 들어도 능력 닿는 데까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일할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교수는 “사회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면서 대기업도 끊임없는 조직구조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개인이 조직에서 생존하기보다는 자기만의 능력을 갖추고 생존하는, 자신의 평생 직업은 스스로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 연공서열·인맥 위주 조직문화에 '반감'

조직문화에 대한 반감도 퇴사를 부추기고 전문직 시험에 뛰어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세무사를 준비 중인 이 모(32) 씨는 5년 동안 다니던 국책은행을 2년 전 그만뒀습니다. 이 씨는 “윗사람들이 맨날 하는 얘기가 '골프 배워라. 그래야 승진한다'는 거였다”며 “윗사람을 잘 모시지 않으면 안 되는 연공서열식 조직문화도 못 견디겠어서 회사를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런 조직문화를 보면서 인맥 말고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전문직을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로스쿨을 다니고 있는 김 씨 역시 “연수나 승진 등을 앞두고 '내 사람 심기'가 만연한 걸 보고 회의감이 들었다”며 “회사가 언제까지나 나에게 꽃길을 보장해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업문화가 여전히 과거의 행태를 가진 곳도 많다”며 “자유롭지도 않고 개인의 의견과 자율을 존중하는 문화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직장 상사를 보고 나의 미래를 그려봤을 때 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라며 "회사에서 비전을 보지 못하니 전문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jtbc뉴스

반응형